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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b><맛보기></b>










몸을 찢는 듯한 한파가 내습한 그날 밤, 8시가 넘자 스티븐즈가 음료수를 돌리고 우리들은 글라스를 손에 든 채 오락실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난로가 타는 소리, 당구를 치는 소리, 그리고 바람이 우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어쨌든 이스트 35가 249번지 B호의 실내는 따뜻했다.

그날 밤, 내 오른쪽에는 데빗 아들리가 그리고 왼쪽에는 전에 이상한 상태에서 출산을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엠린 맥카론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신문을 무릎 위에 포개 놓은 요한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스티븐즈가 하얀 포장을 한 작은 상자를 들고 나타나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조오지 그레그손에게 주었다. 스티븐즈는 약간의 사투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완벽한 집사역을 해내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한 그의 최대의 특징은 누구에게 그 포장을 주어야 하는가를 항상 터득하고 있는 점이었다.

조오지는 잠잖게 그것을 받아들고 잠시 동안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앉은 채, 황소라도 구울 만큼 넓은 난로를 보고 있었다. 그는 힐끗 돌에 새겨진 글을 보았다.

'그것은 옛 이야기이며, 그것을 말하는 자가 아니다.'

그는 마디가 굵은 떨리는 손으로 포장을 뜯고 속의 물건을 불 속으로 던졌다. 순간적으로 불꽃이 무지개색으로 변하고 억눌린 웃음 소리가 일어났다. 돌아다보니 스티븐즈는 안쪽 휴게실 문 옆에 서 있었다. 두 손으로 뒷짐을 지고 인상을 쓰고 있다.

마치 화라도 내고 있는 듯한 조오지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모두들 깜짝 놀랐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몹시 놀랐다.

'옛날에 이 방에서 피살된 사람이 있었는데 말이야.' 조오지 그레그손은 입을 열었다. '어떤 배심원도 그것이 살인이라고는 안 했는데, 결국 범인이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자기가 자기를 처형하고 말았단 말이야!'

그레그손이 파이프에 불을 붙이는 동안 침묵이 흘렀다. 연기가 파란 줄을 그으며 주름진 얼굴 주위에 오르고, 그는 관절염 환자 특유의 느리고 큰 동작으로 성냥불을 흔들어 껐다. 그 성냥 개비를 난로에 던지자, 그것이 타고 남은 포장의 재 위에서 다시 불이 붙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이 두툼한 반백의 눈썹 아래서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큼직한 매부리코에다 얇은 입술을 다물고, 그의 등은 곱사등처럼 둥글게 굽어 있었다.

'마음 졸이게 하지 말게, 조오지.' 피터 안드루즈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야기를 하려면 빨리 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초조할 건 없어.'

우리는 그의 파이프에 불이 충분히 붙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