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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어느 창녀(娼女)의 죽음
저자 : 김성종	등록일 : 2007-04-25
출판사 : 추리작가협회	출판일 :
공급사 : 바로북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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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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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맛보기>

이 이야기는 종로 사창가가 폐지되기 전에 일어났던 한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것이다.

1969년 1월은 유난히 추웠다.

그 겨울 어느 월요일 새벽이었다. 신문 배달 소년 하나가 돈화문 앞을 지나다가 가로수 밑에서 눈에 덮인 희끄무레한 무더기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의 형상을 닮은 그것은 소년을 섬뜩하게 했다. 그러나 그 또래의 호기심에 끌려 놈은 그것을 한번 툭 걷어차 보았다. 쌓인 눈이 그의 발등에 부딪치며 흩어졌다.

나타난 것은 양말도 없이 흰 고무신만을 신은 여자의 발이었다. 그것은 새벽의 눈빛 속에서 선명하게 굳어 있었다.

소년은 두세 걸음 뒤로 물러서다가 와아 하고 소리치면서 온 길을 되돌아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거리에는 한참 간격으로 질주하는 차량만 있을 뿐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소년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인의 시체를 일단 흔히 있을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변사체로 보고, 간단하게 일건 서류를 작성했다. 그 가운데 신체상으로 나타난 것 중 중요한 것은 대강 다음과 같았다.

1) 연령 25세 정도.
2) 사망 시간 7시간 전(6시 50분 현재).
3) 음부(陰部)가 심히 헐어 있음.
4)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사료됨.

과장 옆에 다가서서 사건 서류를 잠깐 넘겨다본 오 형사는 남은 담배 꽁초에 불을 붙여 물고 밖으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 7시 40분이었다.

밤새 야근을 한 탓인지 그의 몸은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요즈음 들어서 그는 갑자기 자신의 육체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앉아 있을 때나 서 있을 때나 피로는 항상 그의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그는 경찰서 뒤뜰로 천천히 걸어갔다. 뒤뜰에는 적어도 매일 한 구(具) 정도의 변사체가 운반되어 오곤 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는 거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버릇이 있었다. 시체가 들어와 간단한 조사와 검시가 끝나면 이윽고 그것은 시(市) 관리의 시체실로 옮겨져 며칠 동안 주인을 기다리다가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곧장 화장터로 가든지 아니면 대학병원에 염가로 팔려 실험대 위에 오르게 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시체를 다루는 사람들의 솜씨는 언제나 익숙해 보였다. 그리고 그 표정들은 메마를 대로 메말라 감정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 대개 이러한 일들은 아침 일찍 일어났고, 일이 끝나면 그들은 흡사 먼지를 털 듯이 요란스럽게 해장국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시체는 가마니에 덮인 채 뒤뜰의 담 밑에 버려져 있었다. 가마니 끝으로 빠져 나온 여자의 조그

저자 소개

김성종(저자) :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단편「경찰관」으로 문단에 나온 이후「우리가 소년이 되었을 때」「어느 창녀의 죽음」「17년」등 많은 작품과 한국미스테리 문학의 기념비적 걸작「최후의 증인」「제오열」, 대하소설「여명의 눈동자」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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