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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수밀도의 비밀
저자 : 이수광	등록일 : 2007-04-25
출판사 : 추리작가협회	출판일 :
공급사 : 바로북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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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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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맛보기>

양지 쪽에서 수선거리던 한 줌의 햇살이 거두어지자 일몰이 시작되고 우수수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은 마지막 남은 생명의 끈을 연장이라도 하려는 듯이 가지 끝에 매달려 몸부림을 치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뒹군다.

나는 골목 끝으로 쓸려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눈물이 맺히도록 가슴이 허전해진다.

나는 영혼이다.

나는 남편에게 살해되어 황천을 떠돌아다니는 영혼이다.

사람들이 영혼을 믿건 안 믿건 나는 이 기막힌 얘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그들도 살해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병으로 죽거나 영혼이 되어 황천을 떠돌게 되면 내 얘기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 날은 비가 왔다. 이른 봄이었다. 나는 남편이 출근하자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통신의 문을 열었다. 나는 얼마 전부터 통신의 재미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시간은 10시 30분이 약간 지나 있었다. 남편이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근했기 때문에 내가 통신에서 채팅을 하는 시간도 늦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나는 남편이 샤워를 하고 아무렇게나 어질러놓은 욕실을 정리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나도 샤워나 하자 하고 따뜻한 물 틀어서 목욕을 했던 것이다.

몸이 날아갈 듯이 상쾌했다.

그러나 몸이 날아갈 듯이 상쾌한 것은 결코 샤워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밤 나는 남편과 사랑의 행위를 나누었고 나는 아직도 내 몸 속에 남편의 그것이 충만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나는 결혼한 지 5년이 되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아직 우리 둘 사이에는 아이들이 없어서 남편과 둘이 사는 생활은 어쩐지 추수가 끝난 가을 들판처럼 허전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남편과 둘이 사는 생활이 결코 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젊은 연인들처럼 둘이서 팔짱을 끼고 영화 구경을 가기도 하고 여행도 자주 한다.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은 내 여동생 춘미가 우리 집에 들어온 이후 그런 리듬이 깨어지기는 했지만 나는 충분히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서 엑스터시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전 남편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엑스터시를 그를 통해 느끼고 있었다. 전 남편은 나와 결혼한 지 3개월만에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보험회사에 다니는 사람답게 보험을 여러 개 들어두어서 나는 뜻밖에 7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타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횡재를 한 것이지만 횡재가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그는 경험이 충분했다. 한때 카바레도 출입했고 여자들과 염문도 많이 뿌렸었다. 혼인빙자간음죄로 교도소에 다녀온 일도 있지만 여자

저자 소개

이수광(저자) : 1954년 충북 제천에서 출생, 1970년 겨울 1.50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해 노동자 생활을 했다. 당시 성북동 일대에서 창소 기술로 이름이 나 대원각과 오진암 등으 요정과 많은 사찰의 한옥문을 짰다. 목공일을 하면서 독학으로 문학 수업을 쌓았고,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바람이여 넋이여」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옸다. 1993년부터 전억작가로 활동하면서 꾸준이 집필을 하고 있으며, 「나는 조선의 국모다」「세상을 뒤바꾼 책사들의 이야기」「발해를 꿈꾸며」「추추전국시대」「부자 열전」「부를 이룬 선인들에게 배우는 상술」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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