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보

책제목 : 유령
저자 : 방영주	등록일 : 2007-04-25
출판사 : 서원	출판일 :
공급사 : 바로북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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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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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번쩍, 우르릉 꽈당―! 하늘이 계속하여 미쳐 날뛰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잔뜩 오만해진 인간들에게 자신의 살아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일수도 있었다. 잠시 그쳤던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이었다.

차에서 내린 나는 이상헌을 따라 잽싸게 여관 안으로 들었다. 여관은 텅 비어 있었다. 손님은 우리뿐인 것 같았다. 이런 날, 이런 촌구석에, 손님이 들리는 없을 거였다. 여관 주인의 얼굴에는 칼자국이 하나 크게 나 있었다. 그것은 왼쪽 눈썹께에서부터 코끝을 지나, 오른쪽 볼로 깊은 사선을 그리고 있었다. 약간은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이상헌은 지친 표정으로 주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인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이상헌의 손을 잡았다.

'전에 이 여관에 들었던 사람입니다.'

주인은 이상헌을 한참 훑어보더니 반색을 했다.

'아, 그렇군요. 지가 마, 몰라봐서 지송하고만예. 한데 몸이 많이 상하셨네예. 얼굴은 아예 반쪽이 되었고…… 해서…… 아무튼 지송함니더…….'

이상헌은 극심한 피로감이 엄습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마찬 가지였다. 그와 똑같이 '그 사건'을 체험한 나였다. 이상헌은 벽에 팔을 기대고 이마를 거기에 묻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졸도해 버리고 말 것만 같았다. 그를 빨리 방에 데려가 쉬게 하고싶었다. 나는 객실 쪽을 힐끔 봤다. 문이 모두 검은 아가리를 쫙 벌린 채 열려 있었다.

나는 주인에게 객실을 하나 달라고 했다 그때였다. 이상헌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전에 그 방을 주세요.'

'한데, 몇 호실이었더라…….'

이상헌은 주인을 힐끗 노려봤다. 그는 음산하게 소리쳤다.

'음, 201호실이지!'

이상헌의 목소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청학동에서 내려오며 들었던 여자의 음성이었다. 그건 죽은 오사녀의 것이었다. 주인은 침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찔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주인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주인은 잠시 망설였다. 깊은 밤에 들이닥친 이 기분 나쁜 녀석들을 어떤 방법으로 몰아낼 것인가, 그것을 잠시 연구하는 것 같았다. 조금 후였다. 그는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꽉 다물어 버렸다. 그는 앞장 서 이상헌과 나를 201호실로 안내하고는 내실로 돌아갔다.

이상헌과 나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방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우리는 아무 소리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서로가 말을 아끼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내 자신이 그렇듯 이상헌 쪽에서, 내가 무슨 말인가 먼저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상헌과 나는 텔레비전 화면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의 생각은 각자 다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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